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이라면, 한 번쯤은 소파 팔걸이에 새겨진 발톱 자국이나 벽지의 너덜너덜해진 자국을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비싼 가구일수록 고양이가 더 좋아하는 듯 보이고, 긁지 말라고 해도 다음날 또 같은 자리를 긁는 모습을 보면 속이 타 들어갑니다.
하지만 스크래칭은 단순한 ‘나쁜 버릇’이 아닙니다. 고양이에게 긁는 행위는 본능이자 의사 표현, 스트레스 해소의 도구이며, 이를 무조건 억제하거나 혼내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오늘은 고양이의 스크래칭 행동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원인, 그리고 효과적인 대처법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고양이는 왜 스크래칭을 할까?
스크래칭(Scratching)은 단순한 장난이나 공격 행동이 아닙니다. 고양이에게 긁기 행동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필수 활동에 가깝습니다.
발톱 관리 – 오래된 각질 제거
- 고양이의 발톱은 지속적으로 자라기 때문에, 낡은 발톱껍질을 벗기고 새 발톱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 바로 스크래칭입니다.
- 이 행동을 통해 발톱을 날카롭게 유지하고, 스스로 손질합니다.
스트레칭과 근육 이완
- 스크래칭은 단순한 긁기가 아니라, 기지개와 유사한 신체 움직임입니다. 특히 자고 일어난 후, 앞다리를 쭉 펴면서 긁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죠.
- 이는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돕는 자연스러운 스트레칭입니다.
영역 표시 – 시각+후각 메시지
- 고양이의 발바닥에는 향기 분비선(페로몬)이 있어 스크래칭 시 자신의 냄새를 남기는 영토 표시 역할도 합니다.
- 눈에 잘 띄는 장소나 문 근처, 가구 모서리를 긁는 건 ‘여긴 내 공간이야’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스트레스 해소와 주목받기
- 반려묘가 심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또는 관심을 받고 싶을 때도 스크래칭 행동을 보입니다.
- 보호자가 바쁠 때 소파를 긁고 도망치는 행동은 사실 ‘나 좀 봐줘!’라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긁는 행동, 혼내지 말고 대체해야 한다
스크래칭은 억제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긁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본능이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고 더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못 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해서는 안 될 행동
- 고양이를 때리거나 손바닥으로 밀기
- 소리 지르며 위협하기
- 스크래칭 직후 혼내기
- 물리적 강제로 멈추게 하기
이런 행동은 고양이와의 신뢰 관계를 해칠 뿐 아니라, 불안정한 정서와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대처법 – 긁어도 괜찮은 공간 만들기
스크래처 종류와 위치가 핵심
고양이마다 선호하는 스크래처 재질과 방향이 다릅니다.
구분 | 종류 | 특징 |
수직형 | 기둥, 벽 고정형 | 스트레칭 겸 스크래칭 가능 |
수평형 | 바닥 매트형 | 낮잠터와 겸용 가능 |
경사형 | 경사진 판, 삼각형 | 발톱 갈기 + 몸 밀기 동시 만족 |
스크래처는 단순히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놓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기존 긁던 장소 옆, 동선 중간, 눈에 잘 띄는 곳, 창가 앞 등이 좋은 위치입니다.
캣닙, 시은초 등 유도 요소 사용
- 스크래처에 캣닙 스프레이, 시은초 가루, 간식 부스러기 등을 뿌려 긁기를 유도하면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 또한 긁기를 유도한 후 칭찬, 간식 보상을 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가구 보호용 커버 및 방지 패드 활용
- 가구나 벽을 보호하기 위한 스크래칭 방지 시트, 투명 보호 필름, 긁기 방지 스프레이도 도움이 됩니다.
- 특히 가죽이나 패브릭 소파는 긁힘에 취약하므로, 가구용 덮개나 발판을 함께 사용하면 내구성 유지에 효과적입니다.
스크래칭 행동 변화가 있다면?
갑자기 스크래칭을 자주 하거나 이상한 장소를 긁는다면?
- 환경 변화(이사, 손님 방문, 다른 동물 출입 등)
- 스트레스 또는 불안감 증가
- 운동 부족
예전에는 잘 쓰던 스크래처를 안 쓴다면?
- 스크래처 재질이 낡았거나 닳아서 만족감 저하
- 위치가 바뀌었거나 관심이 분산됨
- 다른 냄새(청소용품 등)로 인해 거부감
고양이의 행동은 늘 이유가 있으며, 변화가 보일 때는 환경과 생활 패턴을 함께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긁는 것도 고양이의 언어입니다
사람이 말로 표현하듯, 고양이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크래칭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그 신호를 귀찮게만 여기지 말고, 고양이의 언어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긁지 말라고 야단치는 것보다, 마음껏 긁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집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오늘, 우리 집 고양이가 긁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곳이 긁어도 괜찮은 공간이 될 수 있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