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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정보

지속가능한 IT – 디지털 시대의 탄소중립 전략

지속가능한 IT를 표현하는 초록색 계열의 코드, 노트북, 하드웨어와 지구, 풍력발전, 태양광발전을 표현한 그림

보이지 않는 탄소,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배출원

우리는 매일같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합니다.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업무 중엔 클라우드 문서를 편집하고, 저녁엔 OTT 플랫폼으로 드라마를 봅니다. 이처럼 디지털은 무형의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이 존재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탄소중립을 가능케 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IT 산업 자체가 환경 문제의 또 다른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전력 소비량 중 약 3% 이상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8%를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술 그 자체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단순히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도구로 IT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IT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순환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IT(Sustainable IT)’입니다.


지속가능한 IT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IT’는 IT 기술의 활용과 운영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자원 효율을 높이며,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과 실천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뉩니다.

  1. IT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기술 : 예) 에너지 최적화 AI, 스마트그리드, 디지털 트윈 등
  2. IT 자체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기술 : 예) 그린 데이터센터, 저전력 반도체, 재활용 가능한 디바이스 등
  3. 디지털 소비자의 친환경 행동 유도 : 예) 클라우드 정리, 중고 IT기기 사용, 에코모드 설정 등

즉, 지속가능한 IT는 기술을 통해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기술 자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도록 설계된 이중 전략입니다.


그린 데이터센터 – 디지털의 심장부터 바꾼다

데이터센터는 현대 디지털 생태계의 심장입니다. 그러나 이 심장은 많은 열을 내뿜고, 그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시스템은 다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IT기업들은 ‘그린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가 발열을 직접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공기 냉각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술을 통해 데이터센터 냉방 에너지 사용량을 90%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 자연냉각 시스템

구글은 핀란드와 아일랜드 등 기후가 차가운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실외 공기를 활용한 냉방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 역시 강원도 춘천의 ‘각(閣)’ 데이터센터를 자연 냉각이 가능한 지리적 조건에 설계하여 자체 전력의 60% 이상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 AI 기반 냉각 최적화

구글은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서버 온도, 전력 사용량, 냉각 효율을 분석해 냉방 제어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5%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저탄소 하드웨어 – 제품 설계부터 탄소를 줄인다

디지털 기기의 생산 과정과 수명주기 역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합니다.

노트북 한 대를 제조하는 데 약 20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이는 자동차를 1,000km 이상 주행한 것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 탄소중립 노트북

델(DELL)은 자사 일부 모델에서 재활용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사용, 탄소배출을 30%까지 줄였습니다.

HP는 잉크 카트리지부터 노트북 케이스까지 재활용 소재로 전환하며 ‘지속가능한 디바이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 모듈형 스마트폰

Fairphone(페어폰)은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사용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기기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습니다. 이는 전자폐기물을 줄이고, 원자재 추출에 따른 환경부하를 크게 감소시키는 방법입니다.

 

🌱 에너지 효율 반도체

삼성전자는 최신 3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에서 30% 이상 전력 효율 개선을 달성하였고, 이는 동일한 연산 작업을 하면서 전력을 덜 쓰게 만듭니다. AI 서버나 스마트폰에 탑재될 경우, IT 시스템 전체의 탄소 감축 효과로 이어집니다.


지속가능한 소프트웨어 – 보이지 않는 코드의 탄소 최적화

하드웨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 최적화입니다.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비효율적인 코드나 무거운 알고리즘은 훨씬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움직임이 바로 Green Software Movement입니다.

 

💡 Green Software Foundation(GSF)

마이크로소프트, GitHub, ThoughtWorks 등이 참여한 비영리 단체로, 에너지 절약형 소프트웨어 개발 지침을 제시합니다.

대표 사례로는 AI 연산 시 GPU 사용 시간을 줄이는 알고리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줄이는 OS 설계 등이 있습니다.

 

💡 탄소 인식형 개발툴

Visual Studio와 같은 개발 툴에서는 코드 실행 시 전력 소비량을 시각화하거나, ‘더 효율적인 로직 경고’ 기능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단지 기능만이 아닌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ESG 경영 속의 지속가능한 IT 전략

이제 기업은 단지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IT를 운영하고 있는가를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IT 부서 역시 자체적인 탄소 배출 보고, 전력 소비 감축 목표, 디지털 자산의 수명 관리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 : 전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 폐기 전자기기 회수 및 리사이클 프로그램 운영. 자체 ESG 보고서 내 ‘IT 탄소배출 저감 목표’ 제시.
  • 구글 : 2030년까지 ‘24시간 탄소 무배출 전력 공급’ 목표. 데이터센터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중이며, 자체 개발한 AI로 에너지 효율화 중.
  • 카카오 : ESG 평가 대비를 위한 ‘디지털 탄소 측정 솔루션’ 도입 검토. 자회사 클라우드 인프라에 그린 IT 기술 도입 실험.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지속가능성’

개인도 지속가능한 IT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투자가 아니라, 생활 속의 디지털 습관 변화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불필요한 이메일, 첨부파일, 클라우드 저장소 정리
  • 영상 시청 시, 자동재생 해제 또는 해상도 조절
  • 에너지효율 1등급 디바이스 우선 구매
  • 스마트폰, 노트북 수명 연장 관리 (배터리 최적화, 정기 업데이트)
  • 회의 시 꼭 필요하지 않다면 화상보다는 음성 회의 선택
  • 중고기기나 리퍼비시 제품 사용 확대
  • 회사에서는 친환경 서버 및 클라우드 옵션 사용 제안

IT는 문제인가, 해결책인가?

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한 만큼, 이제는 지속가능성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고, 앞으로의 탄소중립은 기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지속가능한 IT’는 단지 친환경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디지털 문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생존 전략입니다.

우리의 코드 한 줄, 메일 한 통, 디바이스 한 대가 바뀔 때, 세상도 바뀝니다.

기술이 만든 문제는, 결국 기술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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