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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삼복더위, 그 무더운 이름의 의미를 아시나요? - 유래부터 풍습까지 한여름 무더위의 문화사

삼복더위 텍스트와 여름을 상징하는 뜨거운 태양, 부채, 보양음식 삼계탕을 형상화 한 이미지

 

2025년 7월30일은 삼복 중 중복이었는데 몸보신은 하셨나요?

한국의 여름은 이제 단순히 덥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삼복더위”를 떠올리게 되고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운 날들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기상청 예보보다도, 때때로 달력 속 ‘초복·중복·말복’이라는 단어 하나가 우리의 더위 감각을 앞서 자극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매년 겪는 이 ‘삼복’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단순한 절기가 아니라, 오랜기간 축적된 시간 감각과 생존의 지혜가 담겨 있는 문화현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삼복의 유래와 의미, 그리고 여러 풍습과 에피소드들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삼복의 뜻과 구조 – 초복, 중복, 말복이 뭐지?

삼복(三伏)은 음력으로 여름철 가장 더운 시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의 세 시기로 나뉘며, 각각 초복은 하지 후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그다음 네 번째 경일, 그리고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에 해당합니다.

  • 초복 : 대개 7월 초~중순
  • 중복 : 초복으로부터 약 10일 뒤
  • 말복 : 중복으로부터 다시 약 10일 후, 입추(立秋) 직후

이렇게 약 20~30일간 이어지는 폭염 기간을 우리는 통틀어 삼복이라 부르며, 이는 ‘더위가 엎드려 있다(伏)’는 뜻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다시 말해, 더위가 땅에 완전히 내려앉아 숨도 못 쉴 만큼 무덥다는 뜻이지요. 일반적으로 초복은 7월 중순, 중복은 7월 말, 말복은 8월 초에 찾아옵니다.


삼복의 유래 – 왜 하필 이 시기를 더위의 절정으로 봤을까?

삼복은 중국 진나라 시대의 『사기(史記)』 등 고전에서 이미 등장하며,동아시아 전통 천문·역법인 간지(干支) 체계와 태양의 운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중국 진(秦), 한(漢) 시대의 문헌에 이미 '복날(伏日)'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는데, 당시 복날에는 제사를 지내고 고기를 나누어 먹으며 더위를 이겨냈다고 합니다. 이러한 풍습은 한반도로 전해져 우리 민족의 생활 양식과 결합하며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한 것이죠.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복날과 관련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고려 시대에는 복날에 왕실에서 신하들에게 얼음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시대에는 복날에 관리들에게 특별 휴가를 주거나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는 삼복이 단순히 더위를 나타내는 날을 넘어, 공동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한 절기로 여겨졌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경(庚)’ 자가 들어가는 날이 더운 날로 여겨졌는데, 이는 음양오행에서 ‘양기’가 강해지는 날로 해석됩니다. 또한 이 시기는 지구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近日點) 시기와 겹치며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강하게 덮치면서, 체감상 가장 무더운 시기이기도 하죠.

 

이렇듯 삼복은 과학적 근거와 민속 전통이 결합된 시간의 단위로, 농경 사회에서 논·밭작물의 생육, 사람과 가축의 건강 등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습니다. 


삼복과 음식 – 왜 보양식을 먹을까?

삼복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장어구이 같은 보양식입니다.

이러한 음식문화는 단순히 더위 때문이 아니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전통 의학 원리에서 출발합니다.

 

몸이 더울수록 차가운 것보다는 오히려 뜨거운 음식으로 속을 데우고 땀을 내야 기혈이 순환되고 체내 독소도 빠져나간다는 원리이지요.

또한 이 시기에는 몸의 기운이 약해지고, 소화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이기에 고단백, 고영양 식품을 섭취하여 여름철 건강을 챙기려는 생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기록인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도, 복날이면 닭이나 개고기를 삶아 먹는 풍습이 있었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요즘은 삼계탕이나 장어구이로 대체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무더위 속의 체력 보충”이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습니다.


삼복과 속담, 풍습 – 더위를 견디는 지혜

삼복더위에는 단순히 보양식을 먹는 것 외에도 다양한 속담과 풍습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 “중복 더위는 손발도 못 쓰게 한다” → 중복이 가장 더운 날이라는 의미
  • “복날엔 개도 낯짝을 들지 않는다” → 동물조차 더위에 지쳐 고개를 들지 못한다는 뜻
  • “복더위에 한솥밥 먹어도 말없이 먹는다” → 너무 더워서 말할 힘조차 없다는 묘사

또한, 여러가지 풍습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 풍습들은 현대문화와 어우러져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이 되었습니다. 

  • 복달임 : 삼복에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먹는 풍습을 '복달임'이라고 합니다. 삼계탕, 개장국(보신탕), 육개장 등이 대표적인 복달임 음식입니다. 특히 삼계탕은 인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여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 현대에도 가장 대중적인 복날 음식으로 자리잡았죠. 
  • 복놀이 :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가 노는 풍습을 '복놀이'라고 합니다. 계곡이나 폭포수를 찾아가 발을 담그고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탁족(濯足)'은 대표적인 복놀이였습니다. 또한, 복날에 비가 오면 '복비'라 하여 더위가 한풀 꺾인다고 믿었고, 농사가 잘 될 징조로 여기기도 했다고 하네요. 
  • 복쌈 : 복날에 찐 닭고기를 얇게 찢어 오이나 미나리 등으로 말아 먹는 복쌈이라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이는 더운 날씨에 입맛을 돋우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 복중 병(伏中病) : 복날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병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사병, 열사병, 식중독 등 여름철에 걸리기 쉬운 질병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 복날의 음양오행 : 삼복은 음양오행 사상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여름은 오행 중 '화(火)'에 해당하며, 복날은 경일(庚日)인데 경은 오행 중 '금(金)'에 해당합니다. '화극금(火克金)'이라 하여 불이 금을 녹이듯이, 뜨거운 여름 기운이 금의 서늘한 기운을 누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복날의 더위가 얼마나 강렬한지를 설명하는 철학적인 배경이 됩니다.

최근에는 복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아, 삼계탕 전문점뿐 아니라 편의점, 배달앱, 건강식품 브랜드들이 복날 특수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요.


복날은 더위 그 자체이자, 생존의 시간

삼복더위는 단순한 절기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 속에는 자연을 읽는 농경사회의 지혜, 음양오행에 따른 건강관리법,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더위를 견디며 나눠 먹는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무덥고 지치기 쉬운 삼복의 한가운데서, 우리 선조들이 그러했듯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이겨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뜨거운 삼복더위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맛있는 보양식과 함께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삼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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