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53도의 에너지를 다루는 과학
‘기체 수소’에서 ‘액체 수소’로, 에너지 패러다임의 진화
수소경제의 핵심은 단순히 수소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만든 수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는가”가
경제성과 실용성을 결정합니다.
기체 수소는 부피가 너무 커서, 고압탱크에 압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압축 저장은 안전성·비용·에너지 손실 문제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를 넘는 기술이 바로 ‘수소 액화(Liquid Hydrogen, LH₂)’입니다.
수소를 영하 253°C로 냉각시켜 액체로 만들면
기체 상태보다 약 800배 부피가 줄어들어,
저장 효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됩니다.
그렇지만 이 기술은 단순한 냉동이 아니라,
극저온 공학(Cryogenics)·고단열소재·공정제어가 융합된
첨단 과학의 결정체입니다.
1. 수소 액화의 원리
기본 개념
수소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끓는점인 –252.9°C(20K) 이하로 냉각해야 합니다.
수소 액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됩니다.
1️⃣ 압축 (Compression)
2️⃣ 냉각 및 팽창 (Cooling & Expansion)
3️⃣ 액화 (Liquefaction)
대표적인 방식은 Claude Cycle과 Brayton Cycle입니다.
2. 수소 액화 공정의 구조
단계 | 공정명 | 설명 |
① | 압축 | 기체 수소를 고압(10~20bar)으로 압축 |
② | 예냉 | 헬륨·질소 등 냉매를 이용해 약 –100°C까지 냉각 |
③ | 팽창 및 액화 | 팽창터빈을 통해 단열 팽창 → 온도 –250°C 도달 |
④ | 저장 | 진공단열탱크에 액체 수소 저장 |
냉각 과정에서 사용하는 냉매와 단열소재, 터빈 설계가 액화 효율을 좌우합니다.
3. 액화 과정의 에너지 문제
수소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 1kg당 약 10~13kWh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수소 연소 시 방출되는 에너지의 약 30% 수준입니다.
즉, 에너지 손실을 줄이지 않으면, 수소 액화는 상용화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연구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단열 성능 개선입니다.
4. 액화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
(1) 다단 냉동 사이클(Multi-stage Cooling Cycle)
- 기존 단일 냉각 사이클의 한계를 극복
- 헬륨, 네온, 수소 혼합냉매 사용
- 단계별 온도 제어로 효율 20~30% 개선
(2) 고효율 팽창터빈 (Cryo-Expander)
- 마찰 손실을 줄여 단열팽창 효율을 극대화
- 일본 IHI, 한국기계연구원 등에서 독자 개발 중
(3) 극저온 열교환기 (Cryogenic Heat Exchanger)
- 표면적을 최대화하여 열전달 향상
- 재질: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합금, 복합소재
- 마이크로채널 구조 적용
(4) 고성능 단열소재 (Insulation Materials)
- 액체수소 저장탱크의 열침입을 최소화
- 진공 다층단열(Multi-Layer Insulation, MLI)
- 에어로젤(Aerogel), 폴리이미드 단열 필름 등 적용
5. 액체수소 저장 기술
액체수소는 극저온 상태이기 때문에, 열이 조금이라도 유입되면 바로 기화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기화가스(Boil-off Gas, BOG)는 손실과 폭발 위험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저장탱크 설계의 핵심은 ‘열차단’과 ‘BOG 회수’입니다.
구분 | 기술 요소 | 설명 |
진공 단열 | 탱크 내·외벽 사이 진공 유지 | 열전달 최소화 |
MLI (다층단열) | 알루미늄 필름 수십 겹 적층 | 복사열 차단 |
BOG 회수 시스템 | 기화수소 재압축·액화 | 손실 최소화 |
6. 수소 액화 플랜트의 설계
대표적인 상용 액화플랜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리쿨링 유닛 (Pre-cooling Unit) : 질소·헬륨 냉매 이용
2️⃣ 액화기 (Liquefier) : 다단 팽창터빈, 열교환기 구성
3️⃣ 저장탱크 (LH₂ Storage) : 1,000~30,000㎥ 규모
4️⃣ BOG Recovery System : 재활용을 통한 효율 회수
한국, 일본, 독일 모두 ‘대형 액화 수소 플랜트’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7. 주요 국가별 기술 동향
국가 | 대표 기관/기업 | 특징 |
한국 | 한국기계연구원, 하이리움산업 | 세계 최초 ‘이동식 액화수소 충전소’ 개발 |
일본 | IHI, Kawasaki Heavy Industries | 액화 플랜트 상용화 및 선박 운송 기술 확보 |
독일 | Linde, Air Liquide | 산업용 대형 액화플랜트 기술 선도 |
미국 | NASA, Air Products | 우주연료용 액체수소 시스템 기반 민간확산 |
특히 Linde는 효율 90%의 초저온 액화 시스템을 상용화했고,
한국 하이리움산업은 소형 이동형 액화수소 충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8. 수소 운송과 인프라
액체수소는 부피가 작고 압력이 낮아, 장거리 운송에 유리합니다.
- 육상운송: 극저온 탱크 트레일러
- 해상운송: 액화수소 운반선 (LH₂ Carrier)
- 파이프라인: 초저온 이중관 구조 연구 중
대표 사례
- 일본 “Suiso Frontier” 프로젝트 : 세계 최초 액화수소 운반선 (Kawasaki 제작, 2021년 실해상 운항 성공)
- 한국 : 울산–부산권 수소항만 인프라 구축 중
9. 수소 액화 소재의 혁신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되는 소재는 기계적 강도, 열팽창, 내열충격성 모두 중요합니다.
소재 | 용도 | 특징 |
STS 304L / 316L | 탱크, 배관 | 내식성, 극저온 인성 우수 |
알루미늄 합금 (Al 5083) | 열교환기 | 경량, 고열전도성 |
복합소재 CFRP, GFRP | 탱크 외피 | 단열성·강도 우수 |
에어로젤 단열재 | 내부 단열층 | 초저열전도성 (0.02 W/m·K) |
또한 탄소섬유 복합소재(FRP) 기반의 극저온 탱크는 중량을 40% 이상 절감하면서도
안전성과 단열성이 우수해 각광받고 있습니다.
10. 액화수소의 안전성과 표준화
극저온 환경에서는 재료의 수축·균열·누출 위험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엄격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ISO 13984 / 21010 / 14687: 액화수소 저장·운송 국제표준
- 한국 KS B ISO 21029: 극저온 탱크 설계 기준
- 미국 CGA G-5.4: 액화수소 취급 안전지침
또한 AI 기반 실시간 온도·압력 모니터링 센서를 결합해
BOG 발생 및 단열 손상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도 도입 중입니다.
11. 수소 액화의 경제성
액화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약 1,000~1,200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기체수소 대비 약 1.5~2배 비쌈)
하지만 운송·저장비용까지 고려하면, 100km 이상 장거리 수송에서는 오히려 경제적입니다.
특히 대규모 수소발전·항공·조선 분야에서는
액화수소의 단위 수송비용이 4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12. 향후 연구 트렌드
1️⃣ 혼합냉매(Mixed Refrigerant)
- 헬륨·수소·네온 등 비율 최적화 → 효율 15% 향상
2️⃣ AI 기반 공정제어
- 공정 변수(압력·유량·온도)를 실시간 최적화
3️⃣ 고성능 단열재 연구
-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기반 복합소재 단열재 개발
4️⃣ 수소-암모니아 복합 액화 시스템
- 수소 저장밀도를 높이고 에너지 손실 최소화
수소 액화는 “저장기술”이 아닌 “에너지 기술”이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단순한 연료 생산이 아닙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이동시키며, 다시 사용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수소 액화 기술은 그 중심에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초저온에서 작동하는 팽창기, 단열소재, AI 제어 시스템 등
모든 요소가 정밀하게 결합될 때,
우리는 비로소 “수소의 시대”를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수소 액화 기술은
탄소중립·우주항공·항만 물류 등 다양한 산업의 공통 기반이 될 것입니다.
그 말은 곧, “에너지 혁신의 중심에는 냉각 기술이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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