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칩렛인가?
2025년 현재 반도체 산업은 초미세 공정 경쟁이 3나노 이하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라 반도체 집적도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성능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정 미세화의 물리적·경제적 한계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와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하더라도 수율 저하, 제조 비용 급등, 발열 및 전력 효율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칩렛(Chiplet) 아키텍처는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칩렛은 거대한 단일 칩을 하나로 찍어내는 기존의 모놀리식(monolithic) 방식 대신, 여러 개의 작은 칩을 설계·제작한 뒤 패키지 수준에서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즉, 레고 블록처럼 다양한 칩을 조합하여 맞춤형 반도체를 만드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칩렛 아키텍처의 개념과 등장 배경, 기존 반도체 설계 방식과의 차이, 주요 기술 요소,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장단점, 상용화 과제,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칩렛 아키텍처란 무엇인가?
(1) 정의
칩렛(Chiplet)이란 큰 시스템 반도체를 여러 개의 작은 칩으로 나누어 제작한 뒤,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을 통해 하나의 패키지에서 통합하여 동작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2) 기본 개념
- 모놀리식 칩 : CPU, GPU, 메모리 컨트롤러, I/O 기능 등이 하나의 실리콘 다이에 집적
- 칩렛 아키텍처 : 기능별로 나눈 소형 칩(칩렛)을 개별 제조 후, 패키지에서 조립
(3) 핵심 철학
- “더 작고 단순한 칩을 만들어 조합하는 것이, 하나의 거대한 칩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 복잡한 회로를 모듈화 하여 설계와 제조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왜 칩렛이 필요한가?
(1) 무어의 법칙의 한계
- 3nm 이하 공정은 제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 단일 칩 면적이 커질수록 결함 발생 확률이 높아져 수율이 떨어집니다.
(2) 설계 복잡도
- 최신 CPU·GPU는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
- 모든 기능을 단일 다이에 집적하면 개발 기간·비용·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3) 이기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의 필요성
- AI·HPC(고성능 컴퓨팅)·모바일 등 응용 분야별로 요구되는 연산·메모리·I/O 특성이 다릅니다.
- 칩렛은 서로 다른 공정(예 : CPU는 3nm, I/O는 14nm)을 조합할 수 있어 최적화 설계가 가능합니다.
3. 칩렛과 기존 설계 방식의 차이
구분 | 모놀리식 칩 | 칩렛 아키텍처 |
설계 방식 | 단일 다이에 모든 기능 집적 | 기능별 모듈을 분리해 제작 후 조립 |
수율 | 면적 커질수록 수율 저하 심각 | 작은 다이로 나눠 수율 향상 |
비용 | 초미세 공정 전체에 적용 필요 | 필요 기능만 첨단 공정 적용 가능 |
확장성 | 설계 변경 시 전체 재설계 필요 | 필요한 칩렛만 교체·업데이트 |
응용 | 범용 | 맞춤형 SoC, HPC, AI 가속기, 서버 등 |
👉 요약하자면, 칩렛은 비용 절감 + 설계 유연성 + 성능 확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칩렛 아키텍처의 기술 요소
(1) 인터커넥트(Interconnect) 기술
칩렛 간 연결은 성능과 직결됩니다.
- 2.5D 패키징 :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칩렛을 배치 (TSMC CoWoS, 삼성 I-Cube)
- 3D 패키징 : 칩을 수직 적층하여 TSV(Through-Silicon Via)로 연결 (인텔 Foveros)
- 고속 인터커넥트 표준 :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2022 발표)
(2) 설계 자동화 도구(EDA)
- 모듈화 된 칩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EDA 툴의 최적화가 중요
-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EDA 기업이 칩렛용 툴 개발 강화
(3) 열 관리 및 전력 효율
- 칩렛은 여러 다이가 패키지 내에서 동작하므로 발열 집중 문제가 발생
- 고성능 AI/HPC용 칩에서는 냉각 구조 설계가 성능을 좌우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칩렛 전략
(1) AMD – 칩렛 상용화의 선구자
- Ryzen CPU(2017)부터 칩렛 구조 도입
- CPU 코어와 I/O 다이를 분리해 비용 절감 + 성능 확장 성공
- 서버용 EPYC 프로세서는 칩렛 구조로 시장 점유율 확대
(2) 인텔 – Foveros와 EMIB
-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 : 다이 간 연결 기술
- Foveros : 3D 적층 패키징 기술
- Meteor Lake(2023) : 칩렛 구조 기반 인텔의 첫 소비자용 CPU
(3) TSMC – CoWoS & SoIC
-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로서 CoWoS(2.5D), SoIC(3D)를 통해 칩렛 패키징 기술 제공
- NVIDIA·AMD·애플 등이 TSMC 기술을 활용
(4) 삼성전자 – I-Cube & X-Cube
- I-Cube : 인터포저 기반 2.5D 솔루션
- X-Cube : 3D 적층 솔루션
- HPC·AI 칩 고객을 확보하며 칩렛 생태계 확대 중
칩렛 아키텍처의 장단점
(1) 장점
- 비용 절감: 수율 향상, 필요한 블록만 첨단 공정 적용 가능
- 설계 유연성: 모듈 교체로 다양한 SKU 제공 가능
- 성능 확장: 더 많은 코어·가속기를 칩렛 단위로 확장 가능
- 이기종 집적: CPU·GPU·AI·메모리 컨트롤러를 다른 공정으로 조합 가능
(2) 단점
- 복잡한 패키징: 패키지 내 연결 기술·열 설계 난이도 상승
- 인터커넥트 지연: 다이 간 통신 속도가 모놀리식 대비 불리할 수 있음
- 표준화 부족: 아직까지는 기업별 독자적 구조가 많음
- 검증 비용: 통합 테스트와 수율 관리가 더 복잡해짐
칩렛 생태계와 표준화(UCIe)
칩렛 생태계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상호 운용성 표준이 필요합니다.
-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 2022년 인텔·AMD·TSMC·삼성·Arm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발표
- 목표: 칩렛이 USB처럼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호환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 향후 칩렛 시장의 대규모 확산 여부는 UCIe 채택에 달려 있습니다.
칩렛 시장 전망
(1) 시장 규모
-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30년 칩렛 기반 반도체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응용 분야
- 고성능 컴퓨팅(HPC) :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용 CPU·GPU
- AI 가속기 : 초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
- 스마트폰·엣지 디바이스 : 저전력 맞춤형 칩 설계
- 자동차 반도체 : 이기종 집적을 통한 ADAS·자율주행 칩 최적화
미래 전망
- 포스트 무어 시대의 핵심 기술
- 공정 미세화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칩렛은 성능 향상 곡선을 이어가는 핵심 축이 될 것입니다.
- AI 시대의 맞춤형 칩 설계
- 초거대 AI 모델 학습용 칩은 GPU·NPU·메모리 대역폭이 조합된 칩렛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 칩렛 생태계 표준화
- UCIe 같은 표준이 정착되면, 반도체 산업은 레고 블록 조립처럼 유연하게 발전할 것입니다.
- 산업 경쟁 구도 변화
- 파운드리, 설계 기업, 패키징 기업이 모두 중요한 축이 되며, 종합 생태계 경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칩렛은 반도체 설계의 새 표준이 될 것인가?
칩렛 아키텍처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포스트 무어 시대 반도체 산업의 필연적 진화라 할 수 있습니다. AMD가 상용화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인텔·TSMC·삼성 등 글로벌 기업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면서 칩렛은 곧 반도체 설계의 주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
물론 패키징 난이도, 인터커넥트 지연, 표준화 과제라는 장벽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성능·비용의 한계를 고려할 때, 칩렛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입니다.
앞으로의 반도체 경쟁은 “누가 더 작은 공정을 먼저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칩렛을 설계하고 조합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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